[영국 음식] 눈 호강하는 부드러운 디저트 트라이플(Trifle)

오랜만에 돌아온 <영국 음식도 맛있다> 시리즈! 이번엔 부드러운 영국 디저트 트라이플(Trifle)을 소개할게요. 🍮

 

트라이플은 과일과 스펀지 케이크를 깔고 셰리주(sherry; 백포도주)를 부어 재운 다음, 커스터드와 크림을 그 위에 올린 디저트예요! 커스터드를 올리기 전에 젤리를 추가해 층을 더 확실히 분리하기도 하는데, 1760년에 Hannah Glasse라는 잉글랜드 출신 요리 작가가 쓴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어요(Wikipedia). 과일 종류는 정해져 있진 않은데 라즈베리나 딸기 같은 베리류가 대표적이에요.

 

트라이플은 이렇게 여러 재료를 쌓아 올려 만들기 때문에 유리 재질의 식기를 사용해주고 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아요. ㅎㅎㅎ 아래 사진처럼 보통은 크고 깊은 유리 볼에 만들어 여럿이서 나눠 먹는데, 레스토랑에선 1인용 유리잔에 미니어처 버전이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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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디너를 위해 조시 어머니께서 만드신 트라이플인데 제일 아래 과일은 라즈베리였던 것 같아요. Glacé cherries (설탕에 절인 체리)가 크림 위 장식으로 올라가서 그런지 약간 복고풍 느낌이 나죠? ㅎㅎ 처음 트라이플을 접한 게 크리스마스 연휴 때였고, 그 뒤로도 크리스마스 메인 식사와 대비되는 느낌을 위해 조시 어머니께서 전담으로 만들어주셔서 전 트라이플이 겨울 전통 디저트인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계절과는 크게 상관이 없어 여름 디저트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플래티넘 푸딩(Platinum Pudding): 레몬 스위스 롤 & 아마레티 트라이플(Lemon Swiss roll & amaretti trifle)

2022년 6월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한 지 70주년을 기념하느라 크고 작은 행사가 많았어요.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주최하고 BBC에서 방영했던 The Jubilee Pudding: 70 Years in the Baking 대회도 그중 하나였는데요. 5,000명이 넘는 아마추어 지원자 중 5명의 최종 우승 후보자들이 포트넘 앤 메이슨 주방에서 각자의 플래티넘 푸딩(Platinum Pudding)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출처: royal.uk/platinum-pudding-recipe

Mary Berry, 포트넘 앤 메이슨 총괄 파티시에 등 심사위원들이 하나씩 맛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를 가장 잘 축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디저트가 바로 트라이플(trifle)이었답니다. 레몬 스위스 롤 & 아마레티 트라이플(Lemon Swiss roll & amaretti trifle)이 다른 디저트와 차별성도 강하고 비주얼과 맛 모두 화려한 것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이 트라이플을 만들어봤답니다! BBC Food 웹사이트에 레몬 스위스 롤 & 아마레티 트라이플을 포함해 5개의 우승 후보 디저트까지 다 레시피가 올라와 있거든요. 이 방송을 조시 외할머니와 함께 봤는데 마침 생신이 다가오던 때라 어떤 게 제일 궁금하신지 은근슬쩍 여쭤봤었어요. 크림과 커스터드를 보면 살찌는 게 눈에 선한 기분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트라이플을 피하는 편이지만, 트라이플을 언급하셔서 특별한 날을 위해 꼭 만들어 드리고 싶었답니다. ㅎㅎㅎ

원래 레시피에서는 대회 출품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 축하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모든 걸 다 직접 만드는데요... 레몬 커드(lemon curd), 커스터드(custard), 아마레티 비스킷(amaretti biscuits)은 영국 슈퍼마켓에서 이미 좋은 가격, 퀄리티로 나오는 제품들이 많아서 저는 편법을 좀 썼어요. ㅎㅎㅎ 대신 스위스 롤(Swiss rolls), 세인트 클레멘트 젤리(St Clement's jelly), 만다린 쿨리스(chunky mandarin coulis), 초콜릿 장식(jewelled chocolate bark)은 직접 만들었어요.

각 재료를 준비, 조리한 다음 순서대로 쌓아 올립니다!

가족 멤버 중에 채식주의자가 있어서 젤라틴은 베지테리언 버전으로 된 제품을 사서 만들고, 초콜릿 장식은 왕관 느낌이 나는 뾰족뾰족한 모양에 제가 좋아하는 고슴도치와 조시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피터 래빗 모양을 더했어요. 다만 피터 래빗은 모양이 복잡해서 목 부분이 끊어져서ㅜ 장식으로는 쓰지 않고 따로 보여드렸어요. ㅎㅎ

생신 당일 날씨까지 좋아서 정원에서 직접 만든 애프터눈 티 파티를 해드렸어요. 테이블 공간이 모자라서 제가 만든 트라이플과 딸기는 옆 테이블에 따로 두고 디저트로 맛있게 먹었답니다. :)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원래 트라이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거는 상대적으로 커스터드와 크림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많이 먹었어요. ㅋㅋㅋ 양이 어마어마해서 끝내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반응도 넘 좋았고 맛나게 드셔주셔서 성공적이었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화려할 필요가 없어서 트라이플(trifle)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트라이플 레시피를 이용해 보시길 추천해요! 그럼 맛있는 영국 음식 다음에 또 들고 올게요! Stay tun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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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하고 싶은 맛있는 영국 음식과 그 문화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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