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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뉴질랜드

[뉴질랜드] 북섬 마타마타(Matamata): 호비튼(Hobbiton) 여행 기록

by Sehee Park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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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간의 뉴질랜드 여행 중 가장 고대해왔던 그 날이 왔다. 바로 마타마타(Matamata)에 있는 호비튼(Hobbiton)에 가는 날!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또 굳이 팬은 아니어도 아기자기한 매력에 이끌려 가보고 싶게 되는, 바로 그 호비튼이다. 사실 친구와 내가 정했던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테마 자체가 반지의 제왕, 호빗이었기에 호비튼은 필수 코스였다.

호비튼 저녁 투어를 위해 마타마타에서 1박을 했는데, 마타마타는 관광안내소까지 이렇게 생겨서 호비튼 가기 전부터 기대감이 쑥쑥 생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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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비튼은 자유 관람이 안된다. 호비튼 세트장이 가족 경영 농장에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유지라서 '농장 밖 주위를 맴돌며 멀리서라도 눈요기해보자'는 기대도 통하지 않는다. 호비튼 매표소를 통과하고 나서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또 투어 버스를 타고 농장 안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농장이 너어어어무우우 넓어서 그 안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땅은 거의 그 가족 소유라 들었다. ㅎㅎㅎ

가이드 투어 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에 나올 호비튼 촬영을 위해 농장주에게 제안을 했는데 처음에 그는 반신반의했다 한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 소설 팬이었던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강력하게 설득을 했고, 촬영 후 호비튼 세트장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아들의 확신대로 영화는 대박이 났고, 그 후 반지의 제왕 영화 팬들이 이 호비튼을 보기 위해 발품 팔아 농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계약 조건이 호비튼 세트장을 철거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미 세트장의 많은 부분은 없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점점 방문객이 늘어나자 이 농장주는 여기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뒤 호빗 시리즈를 2011년부터 찍기로 하면서 다시 호비튼을 지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새로 쓴 계약서엔 다시 짓는 호비튼 세트장은 영구적으로 튼튼하게 남을 수 있도록 짓는 조건이 있었다 한다. ㅎㅎㅎ (그리고 관광 사업으로 얻는 수익은 농장주와 감독 쪽과 나누기로 했겠지...?) 지금 관광객이 보는 호비튼 세트장은 2010년에 다시 지어진 모습이다.

호비튼 투어 어떤 거로 하지... Day or Evening?

호비튼 웹사이트에서 Day 투어와 Evening Banquet 투어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사실 가격이 둘 다 좀 셌다. 저녁 투어는 시간도 더 긴 데다 식사가 포함이기 때문에 거의 배로 비쌌다. 이러한 이유로 고민을 수차례 했다가 결국엔 정말 큰맘 먹고 저녁 투어를 받기로 했다. (일단 예약을 둘 다 잡아놓고 다른 하나는 취소했다. 저녁 투어는 하루에 1-2회뿐이라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 겨우 티켓 예매를 할 수 있었다).

 

와, 호비튼은 저녁 투어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나 친구나 기대를 엄청나게 했는데 그 기대치를 가뿐히 넘겼다. 특히 친구는 반지의 제왕, 호빗 소설도 읽었었고 영화도 몇 번을 돌려보고 장면도 외울 정도에다가 영국인이라서 이런 evening banquet은 이미 익숙했다. 그래서 저녁상이 커튼 뒤에 가려져 아직 공개되지 않았을 때,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자신 있길래 이렇게 분위기를 띄우지? 얼마나 잘해놨나 보자.....' 하는 심리도 있었다. (그런 애를 만족하게 할 정도면 정말 잘 구성된 투어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이날 저녁은 (메뉴, 공간 인테리어, 플레이팅, 전반적인 분위기 모두 포함) 정말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나도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한다.

위 사진은 식사를 다 마치고 투어의 마지막 부분을 진행하기 전에 찍은 The Dragon Inn의 내부 모습이다. 테이블 위에 모형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은 전부 다 먹을 수 있었다. 양도 어마어마했고 맛도 있었다!!

호비튼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 말씀드리고, 호비튼 투어 중 낮과 저녁을 고민 중인 분이 계신다면 저녁 식사가 포함된 투어를 받기를 추천해드린다. 정말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낮 투어 시간 중 후반부를. 이 이유는 (계절에 따라 시간대는 차이가 있겠으나) 마지막 시간대엔 가이드 일정 중후반부터 해 질 녘 노을이 드리운 호비튼도 감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 감독의 세심함을 확인할 수 있는 세트장

이 영화들은 뉴질랜드 감독인 피터 잭슨 덕에 뉴질랜드에서 촬영, 제작되었다. 하지만 원작을 썼던 톨킨(J. R. R. Tolkien)은 영국 작가이었기에, 이야기 속 많은 요소가 상당히 영국적이다. 소설 속 호비튼의 모습 및 주변 풍경도 영국의 전원에서 많이 영감을 받아서 피터 잭슨은 영화 세트장으로서 호비튼 제작을 위해서도 이 부분을 표현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한다. 그리고 감독 성격상 엄~청 세심한 부분까지 다 재현해냈다고 한다. 호비튼 투어 때 가이드가 설명해준 거로 예를 들면 Bag End에 있는 나무가 있는데, 되게 진짜 같은데 가짜 나무란다... 소설 속에선 나무가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 농장에서 우연히 그 나무가 그 위치에 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서 나무를 제작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면 '아 저 나뭇가지가 구조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긴 하지만, 그냥 봐서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아래 사진에서 중앙 멀리 보이는 나무다.

그리고 영국 전원에선 꽤 흔히 보이는(farm houses나 cottages 등 오래된 집들) 것 중 하나가 thatched roof인데, 이게 뉴질랜드엔 없는 형태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묘사된 대로 짓기 위해 영국에서 이런 지붕을 만들 수 있는 장인들을 채용해서 뉴질랜드에 데려와서 지은 거라고 한다. 이쯤 되면 반지의 제왕, 호빗의 소설/영화 시리즈를 열렬히 좋아하는 팬들이 호비튼에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겠다 싶다.

가이드도 관광객도 모두 만족감 높은 투어

호비튼 투어에서 좋았던 점은 호비튼 투어 가이드들과 호비튼 투어 참가자들이었다. 워낙 팬층이 넓고 두터워서 그곳에 있던 모든 이가 마치 '아아 내가 이곳에 있다니, 난 성덕임이 틀림없어. 너무 행복해'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ㅎㅎㅎ 투어 가이드로 있는 분들은 가이드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소설에 관해 이야기 하고 공유할 수 있다', '내 최애 소설/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내가 이렇게 서 있다니' 하는 그런 느낌. 투어 참가자들 역시 가이드의 설명 하나하나에 적극적인 리액션과 의사소통을 나누며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어갔다.

추가로, 내 친구와 나는 호빗 스타일로 옷을 입고 갔는데 투어 참가자, 가이드 모두 엄청나게 호응해줬다. ㅋㅋㅋ 그 시간,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이가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광팬이니 가능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 '오 이런 유니크한 추억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대단해, 리스펙트'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

다녀온 지 꽤 돼서 많이 잊혔을까 걱정했는데 쓰다 보니 다시 그때의 행복한 기억이 솔솔 떠올랐다. 뉴질랜드에서 갔던 곳, 체험했던 것 중 우리 모두에게 단연 best moment였던 호비튼 일정. 정말 좋았다... 그리고 통가리로 국립공원 일정에서의 강렬한 추억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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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9월 5일 게시된 이후 업데이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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