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런던의 여러 쇼핑 거리는 다양한 테마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기대하는 거리가 있는데, 바로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와 카나비 스트리트(Carnaby Street)다. 리젠트 스트리트는 몇 년 전부터 천사 모양의 장식 불이 상징이 되었는데, 같은 장식에 새로운 맛은 없어도 워낙 화려하고 거대해서 질리지 않는다. 그저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만 가득 👼👼👼
이에 비해 카나비 스트리트는 인접한 리젠트 스트리트와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리젠트 스트리트 테마가 우아한 느낌이라면 카나비 스트리트 테마는 자유분방한 기분이 들게 한달까? 🎄☺️ 그 와중에 카나비 스트리트의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은 더 특별하다.
카나비 x 프로젝트 제로 (Carnaby x Project Zero)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를 꼽아 보라면 '환경'을 뺄 수 없을 거다. 최근 몇 년 계속 언급되어 왔던 그 환경 문제... 그렇지만 언급된 빈도와 정도에 비해 우리들의 개선/해결 노력과 실천은 턱없이 모자란 환경 위기 문제. 카나비 스트리트의 올해 장식 주제도 이와 관련된 해양 환경이다.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는 아래 자세히 적겠지만, 일단 핵심은 100% 지속 가능한 재료로 제작된 크리스마스 장식 설치물이라는 것!
올해 카나비 스트리트 장식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고 얼핏 본다면 못 알아챌 수도 있다. 나는 가기 전에 기사를 봤기 때문에 일부는 재활용/재사용한 재질로 만든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생각보다 더 대단한 프로젝트였다.
해양 보존 자선단체 Project Zero와 함께 진행된 One Ocean One Planet 프로젝트는 보존 노력이 절실한 바다의 모습을 카나비 스트리트 골목에서 표현한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해초에서부터 바닷속의 화려한 산호, 그리고 거리의 반대쪽 끝에서 심해어까지 구경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 변화에 의한 악영향을 줄이고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해양 보호 및 복구가 매우 절실히 필요한 상황임을 알리는 데 있다.
어망은 해초로, 500m 이상의 다 쓴 뽁뽁이는 산호, 1,500개가 넘는 재활용된 플라스틱병은 물고기와 거품으로 재탄생됐다. 일러스트는 100% 면직물과 100L 이상의 친환경 비건 수성 페인트로 작업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설치된 카나비 스트리트 장식 등의 전원은 100% 재생 가능 자원으로 공급된다. (설치물 별 재료 및 세부 사항이 궁금하시다면 카나비 스트리트의 사이트에서 열람 가능한 이 파일을 참조하세요.)
바다 거북이의 콧구멍에 빨대가 박혀있고, 유럽에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위기에 처하고 지구가 아프다는 뉴스는 최근 몇 년 들어 훨씬 더 자주 보였다. 우리는 지금 지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당장에 우리 눈앞에서 달라진 부분이 크지 않으니 그 심각성을 마음 깊이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심각성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내 행동 하나하나가 환경에 반하는 것이 되기 십상이고, 내가 좋은 일 했다고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라 김 빠지는 일도 많다.
카나비 스트리트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남자 친구와 함께 갔었다. "이 프로젝트가 여기 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내 질문에 남자 친구는 "이 프로젝트만으로는 '아니', 그렇지만 BBC의 최근 다큐멘터리 시리즈, 다양한 뉴스 등이 다 모이면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의문과 회의감을 가지고 질문했던 나는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대답을 듣고, 내 영향력이 아주 미미한 크기라 하더라도 일단은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 작심삼일같이 흔들리는 결연함이지만, 그때마다 다시 새로 마음먹어봐야지 어쩔 수 있나... 😂
- Carnaby Street x Project Zero 관련 참고 글 원문: https://www.carnaby.co.uk/news-and-events/carnaby-x-project-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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