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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유럽

[스웨덴 여행] 짧은 일정에도 느낄 수 있었던 살기 좋은 도시 스톡홀름

by Sehee Park 2016.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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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구경하던 중 핸드폰 앨범에 있던 스톡홀름 사진들을 보게 됐다.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나고 그사이 계절도 바뀌어서 잊고 있었는데, 출장 차 다녀왔던 그곳에서의 좋은 시간이 생각났다.

 

사실 관광지로서의 스톡홀름은 내가 개인적으로 매긴 매력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진 않다. 그럼에도 스톡홀름에서 보냈던 며칠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던 이유는 쾌적함과 사람에 있는 것 같다. 런던이 관광하기 좋은 도시라면 스톡홀름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 싶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아...런던에 있다가 스톡홀름에 가보니 정말 물과 공기가 딴판이었다. 런던 중심 지역에 녹지공간, 공원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스톡홀름의 공기 질을 따라가지 못했다. 런던에서 서울 갔을 때의 그 갑갑함을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스톡홀름을 가면 그 차이는 얼마나 더 클지 차마 상상도 안 간다. 9월 중순-말경에 갔던 스톡홀름은 약간의 쌀쌀함이 담긴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공기의 질이 좋아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왠지 그 쌀쌀함이 머리를 맑게 해주고 아침의 몽롱함을 상쾌하게 없애주는 듯했다. ㅋㅋㅋ 공기가 좋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단 조금이라도 더 걸으면서 그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고.. 일정을 마치고 주말에 도시의 이곳저곳을 구경 다닐 때도 거의 다 걸어 다닌 기억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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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차가운 수돗물은 마셔도 된다고들 하기에 식당에서도 tap water를, 집에서도 생수가 없다 싶으면 그냥 수돗물을 마시곤 했다. 아무래도 석회질이 낀 물이기 때문에 처음 영국에 왔을 때 머리를 감으면 굉장히 푸석했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나니 차차 머리카락도 거기에 적응했다. 음....그런데 또 좋은 건 뇌가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이미 척척 알아채곤 하지 않는가? 스톡홀름에서 지냈던 건 며칠뿐이었는데 그 깨끗한 물에 머리카락이 그새 익숙해졌네.. 런던에 돌아온 뒤 머리카락이 또 한동안 푸석푸석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스톡홀름 물 정말 깨끗했다. 공기와 물이 다 맑으니 물세수만 해도 피부가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ㅋㅋㅋ 깨끗한 물과 공기가 우리 생활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몸소 깨달았던 날들이었다. (지구를 지켜라....)

사람이 좋다

스톡홀름에 대한 좋은 기억은 물과 공기 덕분인 것도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감동이었던 건 '사람'이었다. 일정이 끝난 날 저녁에 동료들과 근처의 나름 유명한 베이커리를 들렀다. 그 베이커리에서 우리 주문을 받아준 직원이 어쩜 그리도 친절하고 친근하던지... 흔히 생각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여유'가 묻어났다. 그 직원 말고도 매 순간 대면했던 현지 사람들로부터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본 건 단편적인 모습이겠지만, 확실히 숨 막히고 바쁘고 각박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하나, 나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겠다고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소포로 받았던 라이언 인형을 가지고 갔었다. 나 대신 라이언이 도시를 구경하고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을 생각으로.. 그래서 첫날 저녁에 구시가지로 나갈 때 라이언 인형을 가지고 나갔고, 신 나게 걸어 다니면서 (파워워킹!) 곳곳을 배경으로 라이언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새 내 작은 가방에서 라이언이 바깥으로 떨어졌나 보다. ㅠㅠㅠㅠㅠ Stortorget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가방 속에서 라이언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괜히 유난 떨고 스톡홀름에 인형을 가져와서 잃어버렸다'고 상심하면서 왔던 길을 다시 뛰어가 보았다. 라이언을 들고 마지막으로 사진 찍었던 시간과 잃어버린 걸 알아차린 시간 사이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길을 되돌아 가보면서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갔던 길을 다 봐도 없었다... 엉엉

스톡홀름, 라이언 인형

그렇게 자책하고 또 '이미 지난 일 어쩌겠냐'라고 위로하면서 방향을 돌려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아니, 이게 뭐람?!' 누군가 바닥에 떨어진 라이언 인형을 모퉁이 기둥에 살포시 올려놓았던 거다. 바닥만 중심적으로 보면서 가서 처음 둘러볼 땐 전혀 못 봤는데.... 라이언 인형이 워낙 귀여운데다 완전 새 것이었으니 충분히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어떤 천사분이 라이언이 제 주인에게 찾아갈 수 있도록 저렇게 두었다. (아기 물건 같으니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처음 저걸 봤을 땐 찾았다는 마음에 감격했고, 좀 더 이성을 되찾았을 땐 인형을 저렇게 두고 갔을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하니 꽤 귀여웠다. ㅋㅋㅋ

 

어느 곳이듯 사람 사는 곳이면 분명 부정적인 모습도 있을 거고, 스톡홀름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언급한 부분에서만큼은 런던이나 서울보다 스톡홀름이 더 나은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터전으로서의 스톡홀름이 이렇게 쾌적하고 여유 있는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과 노력 덕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살아갈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거리를 던져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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