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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대한민국

[서울 여행] 사직단: 2017년 사직대제 야간봉행

by Sehee Park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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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직단에서 열린 사직대제를 보고 왔다. 땅이 없이는 살 수 없고, 또 그 땅에서 수확한 곡식을 먹으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기에 그 의미를 중히 여겨 땅과 곡식의 신(각각 사신, 직신. 그래서 사직단!)에게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종묘대제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의식이었다.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엔 종묘를, 서쪽엔 사직단을 두었던 것과도 연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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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진 낮에 이뤄졌던 재현 행사를 올해는 저녁 시간대로 옮겨 진행되었다. 아마 사직대제 고증의 정확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다. '사직서의궤(社稷署儀軌)'에 따르면 사직대제는 삼경(三更)에 봉행됐는데, 밤 11시~새벽 1시에 제사가 행해졌던 것이다. 그 시간대로 똑같이 재현행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대신 해 질 녘 즈음부터 하는 것으로 시간을 고른 것 같다. 낮에 봉행됐던 사직대제는 본 적이 없지만 그때 찍힌 사진들과 이번에 가서 본 저녁 사직대제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올해 사직대제의 시간 선정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관계자들도 만족했는지, 저녁 시간에 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감상평을 나누는 것이 드문드문 들렸다. 일단 해가 진 상태다 보니 주변의 현대적인 모습들이 시야에서 많이 가려졌고, 소음도 크지 않았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 대신, 은은한 달빛과 선선한 바람이 함께 했다. 여러모로 산만한 느낌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관객석에서 중간중간 돌아다니던 아이들과 대포카메라+삼각대를 들고 시야를 가리던 분들 빼고....)

네이버 예약 관람 서비스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300명 제한이 있었고, 그날 당일 선착순으로는 50명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예약이 풀리기로 한 날의 하루 전에 우연히 공지를 봤던 터라 나는 어려움 없이 사전예약을 해두었다. :) 자리 예약까지는 아닌지라 사실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 간의 차이가 클까 싶었다. 그런데 행사 시작 시간에 딱 맞춰 가니, 현장 접수는 대기줄이 조금 있었어서 사전예약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사직단은 두 겹의 담장+홍살문 안에 사단, 직단이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직대제 때 의례절차와 음악, 무용이 다같이 행해졌는데, 무용은 두 담장 사이의 공간에서, 음악은 각 담장 안 쪽마다 배치되어 있었다. 학부 시절 국악의 이해 과목을 들었던 경험 때문인지, 관람하던 자리의 위치 때문인지 아니면 그나마 좀 더 동적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음악+무용 쪽에 더 눈길이 갔다. 아무래도 의례 자체는 자세히 보이지 않고 전광판에서 한자 구절+한글 뜻풀이, 영상으로 봐야 해서 그런 것도 같다.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에서 참고한, 사직대제의 의례 절차는 다음과 같이 열 가지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 영신(迎神) - 신을 맞이하는 의식
  • 전폐(奠幣) - 신에게 폐백을 올리는 의식
  • 진찬(進饌) - 신을 위한 제수(祭需)를 올리는 의식
  • 초헌(初獻) - 신에게 첫 번째 술잔과 축문을 올리는 의식
  • 문ㆍ무무 출입 - 문무원 퇴장하고 무무원 진입
  • 아헌(亞獻) - 신에게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
  • 종헌(終獻) - 신에게 마지막 술잔을 올리는 의식
  • 철변두(撤籩豆) - 제사에 쓰인 제물을 거두어들이는 의식
  • 송신(送神) - 신을 보내는 의식 궁가 순안지악 임종궁
  • 망료(望燎) - 제사에 쓰인 축문과 폐백을 태우는 의식

음악은 망료 때를 제외한 모든 절차에 연주되고, 무용은 신을 맞이하고 폐백을 올릴 때, 그리고 총 세 번의 술잔을 올릴 때 한다고 한다.

의식이 모두 종료된 후 일반 관람객들도 의례가 열린 사단과 직단에 올라 제사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각 단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상까지 차려져 있으니 공간이 꽤 협소했는데, 인원 제한을 딱히 두지 않고 구경하게 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퇴장하기 전에 잠깐 구경할 수 있게 해 준 것이긴 하지만, 너무 갑자기 바글바글해지는 것이 분위기를 한 번에 깬 기분이랄까. 그나마 홍살문을 통해 들어가야 했기에 그 입구에서 안내원들이 나름 입장 속도를 늦춰주긴 했다.

예약자 확인을 하고 입장할 때 티켓, 팜플렛과 함께 빨간 보자기에 싸인 작은 선물을 받았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오곡이 든 항아리 모양의 통이었다. 포장 형태도 귀여웠고 사직대제 주제와 너무나 잘 맞는, 또 실용적인!, 상품을 주어서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 집에 가져와서 일반 쌀을 좀 더 더해서 밥을 지어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ㅎㅎㅎ

평소에 사직단을 가보면 어떤 형태로 이 부지가 이용되었을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의식을 복원하고 정기적으로 재현 행사를 해주니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아 좋았다. 기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저런 한계로 대부분의 행사가 조선시대의 것에 한정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점점 더 다양한 문화/역사 행사가 열리는 것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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