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Travel Market (WMT) London은 베를린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관광 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관광박람회 중 하나라고 합니다. 명성에 걸맞게 전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했고, 그 큰 전시장을 빽빽하게 채울 만큼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런던 동 쪽에 위치한 ExCel London은 전문 컨벤션 센터로서, 크고 작은 규모의 전시회들이 열립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총 3일간 열렸던 이 행사를 위해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은 ExCel의 한 층 전시 공간이 모두 다 사용됐습니다.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걷는데 구경하지 않고 그냥 걸어도 15분은 걸린 듯합니다. 박람회 참가자들은 매우 다양했는데, 전 세계 관광청, 여행 잡지사 및 여행 블로거 등 업계 언론들, 관광 쪽 전공 교수 및 학생들, 관광산업 관련 산업 종사자 등이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WTM London 2016에 다녀왔던 기억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간절한 마음과 우연이 겹쳤다.
예전에 관광 관련 전문 행사들은 무엇이 있는지 검색을 하던 중 이 박람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관광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안 가면 안 될 것 같을 정도로 각 분야의 관계자들이 올 것 같아 굉장히 가고 싶어했는데, 개인으로는 참가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박람회 내 한국 관련 부스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았습니다. '이건 필연이다' 싶어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을 했고 기분 좋게 기회가 주어져 결국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
나중에 다시 홈페이지의 다른 탭에서 보니 관광 관련 블로거들은 Press 자격으로 무료로 참가할 수 있고 그들만을 위한 speed networking 같은 세션들도 있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또 다른 관점에서 박람회를 보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아르바이트로 다녀온 제 경험은 대체 불가능하고 매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내년은 press 자격으로 가보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창조벤처단지 기업들, WTM London 2016에 참가하다.
제가 아르바이트로 이 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건 한국콘텐츠진흥원 덕분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내에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다방면에서 지원해줍니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는데, 이 벤처단지 내에 최근 들어 관광과 관련된 회사들의 입주가 늘었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WTM London에 관광(기술) 관련 우수기업들을 뽑아 exhibitor로 참가시켜 주었습니다. WTM 행사에서 한국과 관련된 부스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있었는데, 저는 후자 쪽 부스에서 참가 기업 소개 및 비즈니스 통역 일을 맡았습니다.
총 6개의 회사들이 참여했는데, 한국의 관광산업 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본 것이 처음이라 매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VR 기술과 관련된 업체 두 곳, 현지인과 여행객 간의 교류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 사업 한 곳, 여행 계획 시 도움이 될 만한 앱/웹페이지 서비스 제공 업체 한 곳, 에어비앤비와 유사하지만 한국의 시골집만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 한 곳,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 한 곳이 함께 했습니다.
관광지로서의 국가 홍보부터 산업 내 다양한 기술 및 연관 사업까지 폭넓게 다루다.
저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같은 곳에 위치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러 가보니 한국관광공사는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 관광청들 부스들과 함께 있었고, 문화창조벤처단지 부스는 기술 쪽 지역에 있었습니다. (대각선 완전 끝과 끝이어서 사실 구경하러 가기 어려웠습니다..) WTM London 2016에서는 대륙별로 영역이 대분류가 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각 나라별로 부스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은 주최 국가라 그런지 영국/아일랜드로 별도 영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eneral, technology 영역이 있었습니다. General 영역에 속한 부스들은 다양한 국가로의 여행 패키지를 다루는 대행사 또는 특정 어트랙션 (e.g. 해리포터 스튜디오, 축구장 등) 등이었습니다. Technology는 관광 사업 내에서 빠질 수 없는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그 예로 호텔 예약 시 결제 서비스 및 정보 보안 시스템 회사, 공공 주차서비스 앱 회사 등이 있었습니다. 관광산업을 떠올릴 때 1차적으로 생각나지 않을, 그렇지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한 산업 안에서도 수없이 많고 다양한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국가 홍보를 위해 나온 관광청들의 부스 크기 및 화려한 정도의 차이를 보면서 각 나라마다 관광산업이 해당 국가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중동국가 부스는 다른 의미에서 크고 으리으리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쪽은 마치 호텔 로비를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ㅎㅎ)
제가 있었던 기술 영역은 화려한 부스 장식이나 다양한 퍼포먼스 이벤트 등은 없었기에 북적거리는 느낌은 덜했습니다. 영역 성격상 확실히 B2B 쪽으로 관심 있는 사업가들의 방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VR 기술이 관광산업에서 확실히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참가한 부스 중 특히 VR 업체에 관심을 보였던 trader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호텔 및 리조트, 컨벤션 센터 등에서 VR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 같습니다. 부스 참가 업체와 trader와의 비즈니스 통역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VR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했는데, VR 사업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는 시기가 올 때 관광산업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설렜던 그 마음 기억하며 또 다른 기회를 찾아서..
3일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말로만 관광산업을 외쳐대고 실제로는 딱히 가깝게 직접 접해보진 않았던 제게 이 행사는 단비 같은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 관광산업의 사업 범주, 그리고 산업 내 종사자들의 규모를 두 눈으로 보면서 관광산업의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Exhibitor 자격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충전받았습니다.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의 그 설렘이 너무 떨렸습니다. 한동안 중요한 것을 잊고 있던 것을 상기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흔들리고 방향을 잃을 때도 있지만, 매 흔들림이 결국은 저를 어느 한 곳으로 이끌어주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일 시작 전 일찍 도착해서 관심 있던 다른 부스를 돌아다니며 어설프게 제 소개도 해봤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해 무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통역을 하면서 이야기를 섞었던 몇몇 트레이더들은 일 잘한다고 절 칭찬해주기도 했고, 일부는 제가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어 따로 컨택을 받아두기도 했습니다. 3일 동안 제가 얻은 가장 큰 보물은 다양한 얇은 연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 언제 이런 설렘을 다시 느낄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런 기회를 또 조만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더 열심히 흔들려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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