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런던의 Olympia에서 열리던 The Meetings Show에 잠깐 들렀습니다. 이 행사는 Trade Show라서 제가 입장할 수 있는 행사는 원래 아니지만, 얼마 전 진로 문제로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드려 알게 된 현업 종사자 분 덕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구성 프로그램 중 하나인 'The Destination Showcase'에서 한국으로의 MICE 유치를 위해 발표에 나설 분을 소개받을 목적으로 초대받았습니다.
1시간 동안 런던, 한국, 라스베이거스 순으로 각각의 도시가 MICE 를 진행하는 데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알리는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각 도시마다 관계자들이 나와서 PPT와 함께 도시/국가 소개 및 어필을 했지요. 그동안 MICE 산업에 대해서 용어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었던지라 많은 관심을 붓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세 연사자의 발표들과 런던에서 열리는 수많은 박람회, 국제 행사 등을 접해오면서, MICE 산업이 관광산업, 나아가 국가의 GDP 및 인지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점을 몸소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런던, 한국, 라스베가스 MICE 유치 담당자분들이 발표한 내용의 공통점을 정리하여 MICE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세 곳 모두 도시/국가의 어떠한 점을 강조하여 각자의 어카운트가 제일 매력 있다고 어필하려고 했는지 보겠습니다. :)
연결성 Connection
세 발표자 분들 모두 가장 강조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연결'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런던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매우 편리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항공, 유로스타, 자가용, 여객선 등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으로 런던과 유럽 본토가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행사 유치 시 항공 이용이 필수 불가결할 텐데, 런던에만 공항이 6개나 있다는 점을 들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했습니다. (Gatwick Airport; Heathrow Airport; Stansted Airport; City Airport; Luton Airport; London Southend Airport) 그리고 런던 내에서도 다양한 이동 수단을 어필했는데 Santander Bikes와 River Boats, 2018년 개통 예정인 Elizabeth Line도 포함되어 교통의 편리함을 극대화시켜 홍보했습니다. 한국 (남한)의 경우, 남한의 면적이 잉글랜드의 면적과 비슷하기에 (남한이 좀 더 작음) 도시 간 이동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편이 아니며, KTX까지 운영하기에 소요시간이 매우 적다는 점이 언급되었습니다. 많은 국제선이 인천과 부산 정도로 몰리지만, (서울 및 근교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컨벤션이 열린다 해도 쉽게 극복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해석해볼 수 있겠지요. 라스베이거스 역시 이 교통의 용이함, 연결성을 많이 어필하려 했습니다. Delta 항공의 직원 두 분이 발표 초반에 함께 하여 라스베이거스로 직항 노선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미국의 면적이 워낙 큰 데다가, 대부분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뉴욕을 포함하여 동부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는 일반적인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 같습니다. 미국 동부-서부 간 국내선만 해도 엄청난 이동시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라/도시마다 교통, 연결성의 기존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해당 항목의 한계점 극복 및 개선을 보여준 점에서 MICE 유치를 위해 연결성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의미에서의 연결성이기도 하지만, Digital Connection은 한국의 특장점으로 부각하기에 좋은 것 같아 추가로 적어봅니다. 한국 발표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인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터넷 연결망 범위 및 속도는 강점으로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각종 디지털 기술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이런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면 국제 행사 진행에서도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박 Accommodation
국제적 규모의 MICE는 엄청난 숫자의 방문객들을 의미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MICE에 참여하기 위해 해당 도시/국가를 방문한다면, 당연히 그 기간 동안 그들이 머물 곳이 엄청나게 필요하겠지요. 세계 관광 도시 순위에서 늘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런던은 방문객 수용 능력에 있어서 베테랑입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엄청난 숫자의 호텔 보유를 어필했고 지금도 계속 고급 숙박업소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운영의 고급 호텔들, 제2 롯데월드 타워의 호텔 등을 부각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지금의 비즈니스 도시로서의 브랜딩 이전부터 카지노, 호텔 쪽으로 워낙 널리 알려진 명성 덕에 고급 숙박시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이유가 없겠지요.
관광과 경험 Sightseeing & Experience
인센티브 투어의 경우뿐 아니라, 국제회의, 컨벤션, 박람회, 이벤트 유치에 있어서 도시/국가 자체의 관광지 매력도 역시 매우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업무 상 해당 도시를 방문했다 하더라도, 공식 일정 전후 날짜와 업무 시간 외에는 모두 일반 관광객들과 같은 입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런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공연으로 유명한 도시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도시입니다. 한국의 경우 (런던과 라스베이거스 발표 사이에 낀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다는 점도 한몫했지만), 북촌 한옥마을과 궁궐 등을 포함하여 서구 도시들과는 또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고 템플 스테이와 각종 전통 체험 등을 소개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쇼핑, 갬블, 화려함 등의 유흥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MICE 분야에서 Incentives는 이 부분이 특히 강조되어야 하겠지만, Meetings, Conventions, Exhibitions/Events 역시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후보지가 여러 곳이라면, 이왕이면 '가보고 싶은 나라/도시'를 고를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전함 Security
요즘 국제적으로 '안전'이 화두입니다. 얼마 전 런던, 맨체스터에서 테러가 난 것을 포함해서 유럽은 슬프게도 테러 위험도가 높아졌죠.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국가 차원에서 얼마나 똑똑하게 대응하는지 그 능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제 테러 문제에 있어서 사실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안전하다 느낄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은 다른 이유로 바이어들로부터 MICE 유치 국가로서의 매력도를 많이 잃는 듯했습니다. (사실 MICE 분야뿐 아니라 관광 전반으로 수위를 올려도 마찬가지겠구요). 바로 북한이죠. 한국에 살고 있거나 한국에 대해 많이 접해본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이나 언급에 대해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정보를 미디어 (세계적인 언론사들 포함...)를 통해서만 가끔씩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이 충분히 위험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주변에서 들어본 말도 '한국에 가보기 전엔 사실 북한 때문에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한국에 와있는 동안에는 북한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잊을 정도로 한국이 안전하다고 느꼈다'였습니다. BBC 같은 뉴스에서 어쩌다 나오는 한국 소식은 다수가 북한 주제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서는 과장되는 경향도 있고, 또 한 사건에 대해 짧은 시간이어도 집중적으로 여러 번 다뤄지다 보면, 일반 대중들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기도 쉬우니까요.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MICE 관광에서까지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것 같습니다.
관광산업은 해당 산업과 연결된 다른 주요 산업들이 너무나 많고, 내외부적인 환경들의 관계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산업이라는 것을 하루하루 더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관광산업 (특히 인바운드)이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만큼, MICE 분야를 포함한 한국의 관광산업이 (또 그 발전을 위한 다른 제반들도...) 더 튼튼하게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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