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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A to Z/기타

[영국 자연] 영국에 봄이 온 걸 알려주는 대표적인 꽃들

by Sehee Park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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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 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보면서 봄이 왔음을 깨달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제게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려주는 꽃들이 있어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그리고 숲속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마주하는 영국의 봄꽃들을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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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강화 (Snowdrop, Galanthus)

    여기선 흔히 Snowdrop이라고 불리는 설강화를 보면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너도 한 해를 새롭게 다짐해보라'라고 알려주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등 다양한 가족 명절과 행사가 있어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모든 이벤트가 끝나면 우중충한 겨울을 이겨내기 버거울 때가 있는데요. 여전히 해는 짧고, 눈보단 비가 더 자주 내리고 산책길도 밋밋한 색만 보이는 것 같아,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만사에 의욕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지내다가 잔디 위에 곱고 하얀 설강화가 피면 저도 생기가 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요. 비록 겨울 날씨가 지속되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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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내 야생에서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지만, 영국의 토종 꽃은 아니라고 해요. 언제 처음 영국에서 자라게 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고, Woodland Trust의 설명에 따르면 빠르면 16세기에 정원 장식용 식물로 들여왔다가 서서히 퍼진 것 같고, 야생에서 발견된 기록은 18세기 후반부터 있다고 합니다.

    크로커스(Crocus)

    설강화가 한창인 주간이 지나면, 어느새 크로커스가 왕창 피어올라 오더라고요. 이 사진은 설강화가 다 사라지기 전에 두 꽃이 같이 피어 있길래 찍어 봤어요. 사진 속 가까이 있는 부분에 설강화와 연보라, 진보라, 노랑 크로커스가 피어 있죠? ㅎㅎㅎ 사진 속에서 좀 더 멀리 있는 잔디 언덕에 핀 크로커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옆집 언덕으로 퍼진 것 같아요. 덕분에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발걸음이 느려지고 '봄이 오고 있구나' 하고 사색하게 된답니다. 설강화와 마찬가지로 크로커스도 영국 토종 꽃은 아니에요.

    수선화(Daffodil)

    제가 사는 동네에선 수선화와 크로커스가 거의 같은 시기에 펴요. 크로커스가 아주 조금 먼저 나오는 것 같은데, 늦어도 1~2주 뒤엔 수선화도 만개했던 것 같아요. 크로커스의 짧은 만개 시기가 끝나기 전에 수선화가 함께 하는 게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봄 풍경 중 가장 마음에 들어요. 밋밋한 배경에 알록달록 색깔이 한꺼번에 왕창 더해지는 느낌을 받아서요.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무릅쓸, 일부 부지런하고 용감한 벌들을 볼 수도 있어서 진짜 봄이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참고로, 수선화는 웨일스의 국화랍니다!

    블루벨(Bluebell)

    동네에선 크로커스와 수선화 풍경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숲속에서 매 봄 보고 싶은 꽃은 블루벨이에요! 전 세계 블루벨의 거의 절반 정도가 영국에 있다고 할 만큼, 이곳 삼림 지대에선 찾아보기 쉬운 편이에요. 물론 집 앞 정원에 블루벨을 심어 놓은 집들도 많아 동네 산책 중에도 블루벨을 볼 수 있지만, 일부는 스페인산인 경우도 있어 영국 토종 블루벨을 보려면 숲으로 가야 해요.

    영국 블루벨은 법으로 보호받아서 야생 블루벨을 수확해서 판매하거나 집에 심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요. 가든 센터에 가서 판매용으로 재배된 걸 사는 건 괜찮고요. 언젠가 정원 있는 집에 산다면 잉글리시블루벨을 심고 싶네요. :)

    숲속에 만개한 블루벨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더라구요. 영국에 4월 중순~5월 초중순쯤 계신다면, 블루벨 산책길을 찾아 햇살 좋은 날 숲속 산책을 해보시길 추천해요. 

    프림로즈(Primrose)

    '귀염뽀짝'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프림로즈! 영국의 토종 야생화종 중 하나로, 따뜻한 겨울엔 이르면 12월부터도 꽃이 필 수 있어 삼림 지대에서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 중 하나예요. 라틴어로 'prim rosa'가 '첫 장미'라는 뜻이라 초봄에 피는 꽃을 설명해주는 것에서도 알 수 있죠. Woodland Trust에 정리된 프림로즈 정보에 따르면 프림로즈는 고대 삼림 지대 표식 식물이라, 숲속 산책 중 프림로즈를 보면 희귀하고 특별한 삼림 지대를 걷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어요!

    숲바람꽃(Wood anemone; Anemone nemorosa)

    만개한 블루벨처럼, 만개한 숲바람꽃도 '우와'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던 풍경이 사진으론 표현이 안 돼요. 나무가 새로운 잎사귀들을 내보내기 전 여전히 겨울 풍경을 보여줄 때, 그 아래 하얗게 여기저기 뒤덮인 숲바람꽃을 보면 마치 눈송이가 쌓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블루벨과 같은 곳에 섞여 함께 피워내는 풍경도 봤는데 그 모습도 참 이쁘더라고요.

    페리윙클(Periwinkle)

    페리윙클은 왠지 귀여운 이름과 연보라색 꽃잎이 마음에 들어요. 꽃잎 모양이 어릴 적 색종이 바람개비를 만들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요. 🌬️💜

    셀런다인 (Celandine)

    셀런다인과 페리윙클이 함께 피었어요. 푸릇푸릇한 이파리와 선명한 노란빛의 셀런다인 사이로 페리윙클의 은은한 보라색 꽃잎이 보이시나요? 일주일 정도 사이에 페리윙클은 벌써 작별 인사를 하려는지 이전 산책 때보다 덜 보였지만, 셀런다인이 경쾌하게 맞아줬어요. 셀런다인의 선명한 노란빛이 참 예뻐요.

     

    이외에도 영국 곳곳에서 자라는 수많은 봄꽃이 있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무슨 꽃인지 전해 듣고 배운 건 이 정도네요. :) 올해 봄은 예년보다 춥고 비도 더 와서 그런지 겨울이 유독 긴 것 같았는데, 이렇게 다채롭고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피어올라 오니까 확실히 하루하루가 더 상쾌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여러분의 동네에선 어떤 꽃이 봄소식을 들려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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